주가각방문기
먼저 찾아간 곳이 주가각(朱家角) 고촌이다. 주가각은 현재 상해시 청포면에 속해 있으며 명. 청 시대부터 상해의 유명한 수향진(水鄕鎭)으로 불리고 있다. 인솔 교수님의 말씀이 골목길과 다리를 눈여겨보라고 일러주시면서 주가각에는 유명한 다리가 십여개 있는데 그 중 원대(元代)에 건축된 방생교(放生橋)는 오공석공교(五空石拱橋)로 돌을 길이로 세워서 건축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처음 우리가 들어선 골목은 마차가 지나갈 정도의 돌길이었다. 이미터 길이로 깔린 석판을 한자 깊이로 묻었다고 했다. 길을 따라 명.청대에 이층으로 지어진 민가들이 밀집되어 있고 회색빛 기와에 대춧빛 나무로 지은 건물 처마 끝에는 끈들이 달려 있는데 어떤 끈에는 속옷 빨래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열린 창문 밑으로 말린 생선 네댓 마리가 매달려 있는 풍경으로 보아 소박한 마을이었다.
마을길이 어떤 재료로 깔렸느냐에 따라 그 살던 사람들의 신분이 달랐다는 것으로 보아 전에는 그래도 괜찮은 사람들이 살던 곳이 아닌가 싶었다.
몇 년전 이태리 구로마시를 방문했을 때 십 센티미터쯤 되는 네모난 돌이 까려 있고 그 길을 따라 지은 지 400년이된 때묻은 석조 건물들이 서 있던 골목길이 생각났다. 아마 말을 탄 로마 병사들이 다니던 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중국의 골목은 또 다른 풍경이다.
우리는 이층으로 된 찻집으로 들어갔다. 찻집에는 곤색, 밤색, 검은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더기 무더기 모여 앉아 오후의 한담(閑談)을 즐기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하는지 담배연기 자욱한 실내는 소란스러웠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지 않아도 그 곳만 가면 세상뉴스를 쉽게 들을 수 있고 동네 소식도 빠르게 퍼져나갈 것만 같은 분위기의 찻집이었다. 벽에 붙은 붉은 글씨, 둥그런 붉은 등, 붉은 색의 마호 차병 그리고 계절이 초봄이라지만 빛깔이 어두운 옷으로 목 부분까지 올라온 남녀노소 모두 비슷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 속에서 우리도 일원짜리 차를 마시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잠시나마 즐겁게 했다. (http://www.essayistclub.or.kr/09m05.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