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건축10선 NO8-문신미술관(경남신문,1999/7/5)

「그 제목은 '푸른 동굴'이었다. 어느 마을 하나가 마을로 둘러싸여 있다. 사람들은 생필품을 사러 장터에 가려면 지척이면서도 산이 가로막혀 하는 수없이 산을 넘어 장을 보러 다녀야 했다. 마을의 한 남자가 절벽에 붙어 굴을 파기 시작했다. 동네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으로 보았다. 그러나 10년이란 세월을 쏟아 부어 장터로 향하는 터널을 뚫었다. 그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던 것이다.」
마산시 합포구 추산동 추산공원 옆,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자리에 그림같이 아름답고 소박한 문화공간이 있다.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건립한 문신미술관이다. 20년동안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1980년에 영구 귀국하여 미술관 건립에 착수한지 14년이 되는 1994년에 개관한 그의 집이다. 순수하고 띠끌없는 두 개의 건물과 이를 연결하는 연못과 광장, 그리고 이를 둘러싼 풍광이 어우러져 더 없이 자연스럽다.
문신은 6.25 이전부터 이곳에서 돌을 깍고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전쟁과 오랜 해외생활을 거쳐 최근에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문신 자신은 이것을 자신과의 약속이라 여겼었다. '푸른동굴'의 이야기와 같이 …‥.
문신미술관은 두 개의 전시관 건물과 이를 둘러싼 대지의 자연환경을 함께 조각 전시를 위한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주 전시관 앞의 암반과 물은 멀리 바라다 보이는 바다와 함께 조각적 모티브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신의 작품세계는 대칭과 비대칭의 묘한 조화와 간결하고 풍만한 선, 추상적인 생명성과 투명성으로써 평가받는다. 주 전시관 앞의 스테인레스 스틸 조각작품은 이처럼 변화하는 주변의 자연경관을 표면에 담아냄으로써 그만의 독특한 생명성과 투명성의 미학을 표현해 내고 있다. 또한 주 전시관 건물은 전면에 있는 또 하나의 건물과 함께 소박한 모습과 소박한 공간으로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경관에 변화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주 전시관 뒤편의 고층아파트로 인해 시야가 막히고 미술관의 경관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비록 바로 보이는 벽면의 슈퍼그래픽으로 시각적인 동일성을 부여하고자 하나 여전히 자연스러운 문화공간에 인위적인 개발이 침입함으로써 생겨난 부조화로 이질적인 경관이 조성된 것이다.

세계적인 한 조각가가 예술적인 혼을 실어 직접 땅을 파고, 드러난 암반을 살려 조경을 하고, 돌을 갈아서 바닥에 깔아 만든 소중한 문화공간, 마산의 예술적·문화적 상징으로 보존 관리되어야할 공간들이 무분별한 도시의 개발로 점차 소외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다. 보다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