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건축10선 NO3-양덕성당(경남신문,1999/5/31)

잘 보존된 옛 전통마을의 길들은 좁고 불규칙적이다. 반면 현대의 도로들은 대다수가 넓고 직선의 모양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 두 가지의 길은 크기나 모양에 있어서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용도가 서로 다르며 이를 둘러싼 사회 문화적 성격이 다른 것이다. 도시나 건물은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소산물인 동시에 문화적 환경을 형성해 나가는 요인인 것이다.
마산역앞, 역전파출소의 맞은편 골목길로 잠시 걸어 들어가면 얼마 안가서 왼쪽 편에 색다른 형태의 붉은 벽돌건축물을 접하게 된다. 크고 작은 덩어리가 군집되어 경사진 벽면을 드러내고 있는 양덕성당이다. 마산의 양덕성당은 당시 조셉 플렛츠 신부가 당대의 걸출한 건축가 김수근에게 설계를 의뢰하여 1979년에 완공되었으며, 그후 일본의 건축잡지를 통하여 세계에 알려지게 되면서 건축가 김수근의 명성을 날렸던 작품이다. 설계 의뢰자였던 플렛츠신부의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한 해석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소박하면서도 우아하고, 단단하면서도 따뜻하며, 신비로우면서도 인간미가 풍기는…' 등등의 요구조건을 김수근은 '소박한 인간공동체의 공간'으로 풀어 나갔다고 한다. 소박과 우아, 단단함과 따뜻함, 신비로움과 인간성은 서로 무관하다기 보다 차라리 상충되는 조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나, 이러한 역설을 현실적인 조형과 공간으로 드러내놓은 것이 놀랍다.
김수근은 1980년의 공간지(1980년 1월, 150호)에서 양덕성당의 계획 이념을 화해, 축제, 다원성, 환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과 인간, 신자와 성직자 그리고 인간자신의 내면간의 화해,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권위를 떠나 즐길 수 있는 만남의 축제, 화해를 위한 만남의 다원성, 이미지와 스케일의 환경적 조화를 중심으로 풀어나간 내외부 공간은 다양한 모습과 깊이 그리고 크기로써 느낌을 준다. 특히 유동적인 빛의 변화로써 연출되는 내부공간에서 어두움과 빛의 관계를 읽을 수 있으며, 건물의 조형에서 시각적인 무게와 느낌으로 무게를 들어내는 인간다움의 순간이 함께 느껴진다. 종교건축물의 우아하고 단단하며 신비로운 권위와 소박하고 따뜻하며 인간적인 조화가 함께 용해되어 있음으로 색다름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서 예술적 창조성은 각각 의미가 다르듯이 시대에 따라 가치가 변하고 문화가 변하고 건축물이 변한다. 공학으로서 건축은 과학이며 진보를 목적으로 하나 예술로서 건축은 창조적인 것이며 문화로써 가치를 가진다. 건축가 김수근은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는 말로써 양덕성당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권위와 조화, 양적인 것과 질적인 것에 대한 인식의 문제뿐 아니라 인식과 판단의 문화적 근원의 중요성을 함께 제기한다. 지금은 주변의 정형적인 모습 속에서 단순히 이질적인 경관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