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의 모양, 풍경, 표준 등을 모방하여 건축한다는 뜻이다. 청나라의 건물인 팔각석정(八角石亭), 동포한림방(同胞翰林坊)과 단간원(檀干?) 등 명소가 있다. 그 중에서 단간원(檀干?)이 제일 유명하다. 전설에 의하면 청나라 초기에 현지의 허씨가족에 한 부유한 상인이 있었는데 그 모친이 항주의 서호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연로하고 몸이 쇠하여 갈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건축한 것이라고 한다. 효자는 중금을 아끼지 않고 마을 옆에 늪을 파고 산을 쌓아 서호의 경치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원내에 단향나무를 심었고 또 작은 개울이 졸졸 흐르는 것을 보고 《시경(?經)》중의 “간간벌단혜, 치지하지간혜(坎坎伐檀兮，置之河之干兮)”의 뜻을 취하여 "단간원(檀干?)"이라고 이름 지었다. 마을안에는 작은 강길이 있는 데 강 양안에는 100채정도 되는 후이파(徽派)민가가 분포되어 있고 또 40m넘는 비를 피하는 긴 복도가 있고 강을 향한 쪽에는 미인난간이 있어 사람들이 휴식하고 한담하는 공간으로 쓰였다. 상업분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은 화합과 고풍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당모(唐模)마을 전체를 "전촌동재화중거(全村同在?中居)"라고 부른다.
마을은 원래 셔현 관할이었으나 지금은 황산시가 신 행정구로 재편되면서 새로 편성된 휘저우구(휘주구,徽州區)에 속한다.
마을이 처음 세워진 것은 당나라 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거의 천오백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셈이다. 마을 이름이 탕모(唐模)인 것은 마을이 당나라 때의 모양을 본 따서 지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또 마을의 규모가 당나라 전성기와 같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처음 마을을 세운 것은 당나라 때 풍수지리에 밝은 왕쓰리(왕사립,汪思立)이었으나 현재 마을은 쉬(허,許)씨 마을이다. 이는 1087년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쉬춘(허촌,許村)마을로부터 쉬뀌이(허귀일,許貴一) 쉬뀌얼(허귀이,許貴二) 두 형제가 부모가 죽은 후 고모부가 사는 탕모로 들어와 살았는데 몇 대를 거치는 동안 크게 번성하여 탕모의 거족으로 되었다. 그렇게 되면 대체로 마을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지만 이 두 형제는 자기들을 거두어준 고모부의 은혜를 잊지 않고 탕모(唐模)라는 마을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재물을 보호해주는 마을 수구]
황산시 일대의 휘저우 옛 마을을 돌아본 중에서 탕모 마을만큼 마을의 본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곳은 매우 드물다. 이 마을은 수구 원림 패방 고목숲 사당 고가옥 옛우물 등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빠짐없이 남아 있으며 이들이 전통적인 풍수원리에 맞추어서 배치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휘저우의 옛마을의 전형적인 것으로 꼽을만 하다. 이제 이 마을을 입구에서부터 살펴보면서 휘저우 옛 전통마을을 감상해보기로 한다.
탕모(唐模) 마을은 탄간시(檀干溪)라는 하천이 마을을 동서로 관통하고 있는데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탄간시(檀干溪) 하천의 동쪽과 서쪽 모두 가능하다. 현재 마을의 매표소도 양쪽에 모두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마을 입구의 나무숲과 패방 등이 동쪽에 있는 것으로 보아 동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본래의 길임을 알 수 있다. 탄간시 하천은 서에서 동으로 흐른다. 그래서 마을로 들어가는 동쪽 입구는 마을을 통과한 탄간시가 마을을 빠져나가는 곳이다. 이곳은 바로 마을의 수구가 있는 곳이다.
수구는 휘저우 마을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히는 것이다. 수구는 마을의 물길이 빠져나가는 곳에 설치된 일종의 수문이다. 수구의 설치는 풍수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청나라 때의 입지안도설(入地眼??)이란 책에는 수구에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물이 흘러 들어오는 곳이고 또 하나는 물이 흘러 나가는 곳이다. 들어오는 곳은 열려 있어야 하며 나가는 곳은 닫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휘저우 사람들이 마을에 수구를 만드는 것은 이러한 풍수이론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물을 재부의 상징으로 생각하였고 재물이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수구를 만들었으며 물이 머물도록 하여 써야하는 재물이 줄어들지 않도록 한 것이다. 수구를 물이 휘어져 돌아나가는 곳을 선택하여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런 지형이 물의 속도가 줄어들어 갑자기 흘러나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수구 주변에는 사당 정자 등을 세우고 물이 넘치지 않도록 제방을 만들고 다리를 놓고 또 큰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로 인해 그 마을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실제 생활의 모습 그리고 자연의 조화된 상태를 볼 수 있기도 하다.
탕모 마을의 수구는 휘저우를 대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탕모는 수구제일촌(水口第一村)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입장권을 사서 마을로 통하는 판석길을 들어서면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는 개울 가에 수백 년 묵은 큰 고목이 한그루가 있었고 고목의 가지에는 무수한 붉은 헝겊이 매달려 있었다. 중국사람들은 악귀를 ?고 재물을 불러들이며 그들의 건강과 집안의 화평을 위해 이처럼 나뭇가지에 붉은 천을 매달아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휘저우 지방 뿐 아니라 중국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매달린 붉은 천을 보니 모두 그리 오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 이는 관광객을 의식하고 관광용으로 매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수백 년 묵은 노거수와 넓게 펴져 늘어진 가지에 너울거리는 붉은 천은 나무 밑의 개울에 반사되어 신비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나무 밑에는 작은 보가 설치되어 물의 흐름을 일시 멈추게 하고 멈추었던 물은 다시 작은 폭포를 만들며 아래쪽으로 흘러갔다. 나무 밑둥 아래에는 개울을 건너는 돌다리가 있는데 긴 판석을 지그재그 형으로 꺾어서 모양을 냈는데 그 모양이 지내가 기어가는 것 같다고 하여 오공교(蜈蚣?) 다리라고 이름을 붙였다. 오공이란 지내의 중국말이다. 오공교는 탄간시 하천에 놓인 열 개의 다리 중 동쪽 끝에 있는 다리이다. 이 고목과 다리는 “천선배(天仙配)”라는 영화의 촬영장소로 알려져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마을의 등장을 예고해주는 고목과 정자와 패방]
고목의 그늘을 벗어난 곳에 사제정(沙堤亭)이라는 정자 건물이 있다. 삼층의 지붕이 높이 솟은 이 건물은 정자라기보다는 고층 누각에 가깝다. 이층을 올려다 보면 난간도 보이고 해서 사람들이 올라가서 쉬고 주변 경관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건물 아래로 들어가보면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다. 그 이유는 이 건물이 올라가서 놀기 위한 건물이 아니라 풍수상 지형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 한다. 따라서 정자는 그냥 마을로 들어가는 통로의 일부일 뿐이다. 동쪽에서 마을로 들어가면서 정자를 보면 ‘사제(沙堤)’라는 현판이 보이고 마을에서 나오면서 정자를 보면 ‘운로(雲路)’라는 현판이 보인다. 옛날 탕모 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장사를 하거나 관리가 되어 외지로 나갔는데 매년 설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와서 가족과 함께 명절을 지냈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이 정자 앞에 금빛 모래 즉 황사(黃沙)를 깔았다고 하는데 이는 요즘 붉은 카펫을 깔아 손님을 접대하는 것과 같은 뜻이 있었다. 또한 이 길은 개울가의 제방위에 있어서 모래를 의미하는 ‘사(沙)’와 제방을 의미하는 ‘제(堤)’를 붙여 현판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정자의 이름이 되었다. 또 ‘운로’라는 말은 ‘평보청운(平步靑雲)’이란 말에서 온 것으로 과거에 합격하여 한걸음 한걸음 승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을 보낸 사람들이 다시 마을을 떠날 때 이 ‘운로’라는 글을 보며 각오를 다지도록 한 것이다. 사제정을 나서면 판석이 깔린 길이 탄간시 물길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데 길에 깐 판석은 청석의 일종으로 져쟝성(浙江省)에서 나는 최상급의 석재로 알려진 ‘다원석(茶源石)’이 한다. 이 판석은 마을의 서쪽 끝까지 끊어지지 않고 깔려 있다.
사제정을 벗어나면 곧 높은 패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동포한림방(同胞翰林坊)으로 알려진 휘저우의 대표적 패방의 하나로, 동포라는 말은 한 형제를 뜻하며 한림은 벼슬 이름이다. 패방은 청나라 강희연간(康熙年間,1662~1722)에 세워진 것으로 강희황제가 탕모 마을의 두 형제를 표창한 것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두 형제는 탕모의 쉬씨(許氏 )형제인 쉬청쉬앤(허승선,許承宣)과 쉬청지아(허승가,許承家)이다. 그들은 강희 15년과 강희 24년 진사시에 합격하였고 강희황제에 의해 한림이 되었다. 당시 형제 둘이 함께 진사가 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패방은 높이가 16미터 폭 9.6미터나 되는 큰 규모를 보여주는데 최상부에는 은영(恩榮) 두 자가 새겨졌다. 이는 황제가 내려준 영예 즉 은사영요(恩賜榮耀)라는 말에서 온 것이다. 그와 함께 어지(御旨) 두 자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어지는 황제가 패방을 만들 수 있는 자격 뿐 아니라 자금까지 내려주는 것이다. 이 패방은 황제가 건조할 수 있도록 명을 내리고 집안에서 돈을 내어 세운 것이다. 패방에는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조각으로 가득 차 있다. 돌기둥 사이에는 매화를 새겼는데 이는 “매화향기는 혹한 속에서 온다(梅花香自苦寒來)”는 뜻을 의미하는 것이며 두 형제가 십년 힘든 공부 끝에 진사에 합격한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문화대혁명 기간에 어떤 사람이 패방과 사제정을 파손하여 그 석재를 수리사업(水利事業)에 사용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이 소식을 들은 마을 노인들이 모두 패방주위로 모여 패방을 지켜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말도 전한다. 지금까지 본 고목과 정자 그리고 패방 등은 마을의 입구에서 앞으로 마을이 곧 나타날 것을 예고해 주는 표지물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를 위해 항주 서호를 옮겨온 쉬이청]
여기에 덧붙여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생활공간으로 등장하는 것이 단간원(檀干園)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단간원은 마을의 원림건축을 대표한다. 이 원림을 만들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청나라 초기 탕모 마을에 쉬이청(허이성,許以誠)이라는 부유한 상인이 있었다. 그는 쟝쑤성(강소성,江蘇省) 져쟝성(절강성,浙江省) 쟝시성(강서성,江西省) 안휘성(안휘성,安徽省) 일대에서 거상으로 성공하였다. 시골 벽지에서 한 평생을 보낸 그의 어머니는 지상의 천당이라는 항저우(항주,杭州)의 서호(西湖)를 꼭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서호를 유람하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는데 가는 길이 멀고 험하여 수레나 말을 타기도 어려운데 몸까지 늙고 쇠약하니 실제로 가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효자인 쉬이청은 어머니의 소원을 다른 방법으로 풀어드리기로 하고 마을에 서호와 비슷한 원림을 만들기로 하였다. 그는 호수를 파고 거기서 나온 흙으로 동산을 쌓아 갖가지 나무와 화초를 심었다. 또 정자와 누각을 건축하고 호수에는 긴 다리를 놓았다. 원림은 흡사 항저우 서호를 그대로 축소한 듯 했다. 사람들은 이 호수를 작은 서호라고 불렀는데 또 효자호라고도 불렀다.
호수의 중심에는 경정(鏡亭)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정자 안의 대리석 벽에는 주시(주희,朱熹)、동치창(동기창,董其昌)、미푸(미불,米?)을 비롯한 중국의 서예 대가들의 글씨를 새겨 넣었다. 전하는 말로는 쩡궈판(증국번,曾國藩)이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휘저우에 왔을 때 이 글씨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지고 달아나려 했으나 부피가 너무 커서 가지고 갈 수 없었다고 한다. 단간원(檀干園)이라는 이름은 시경의 “쩡쩡 박달나무 베어서 황하 물가에 둔다(坎坎伐檀兮，置之河之干兮)”는 싯귀에서 檀과 干을 취하여 만든 것이라 한다.
그러나 지금 단간원은 축조당시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단간원 입구의 누각 정자 등은 모두 사라졌고 단간원의 중심건물인 학고정사(鶴皐精舍)도 본 건물은 없어졌는데 최근 학고정사와 청청헌(淸聽軒) 의숙(義塾) 충렬묘(忠烈廟) 등이 복원되었다. 학고정사는 위 아래 건물이 마주보고 그 사이에 천정(天井)이 있는 매우 품격있는 건물로 그곳에서 선비들이 모여 시회도 열고 차를 마시고 바둑도 두는 등 여가를 즐기는 장소로 쓰였는데 복원된 후에는 쉬씨문중의 문중모임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충렬묘에는 장쉰(장순,張巡) 쉬위엔(허원,許遠) 두 장군의 위패와 소상을 모시고 있다. 쉬위엔은 탕모 쉬씨의 16대조이다. 두 장군의 소상은 명대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문화대혁명 기간에 근처의 땅 속에 묻어버렸다. 그러다가 최근 관광개발이 진행되면서 그 지점을 파내니 옛 모습 그대로 손상없이 드러나게 되어 현재의 사당을 짓고 모시게 된 것이다.
[안내판 그림으로만 남은 허씨종사]
단간원을 나와 다시 탄간시 냇물을 거슬러 올라가면 오른 쪽으로 횅하니 터진 빈 터 저 쪽으로 사당건물 한 채가 보인다. 빈 터 앞으로는 옛 건물의 문이 있던 담벽으로 보이는 시커멓게 그을은 담벽이 막혀 있고 담벽의 중간에 안의 빈터로 들어가는 작은 문 하나가 뚫려 있었다. 삼년 전에 이 마을에 잠깐 들린 적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는 이 담벽이 없었던 것 같았다. 아마 최근에 유적의 정비를 하면서 사당터를 구획하기 위해 설치한 듯 했다.안내판을 보니 이곳은 탕모 마을 쉬씨(허씨,許氏) 사당건물 터였다. 사당은 앞으로 복원 계획이 있는 듯 안내판에는 사당의 옛 사진인지 아니면 다른 사당의 사당인지 표기되어 있지 않은 사당 정면 사진이 크게 인쇄되어 있고 그 왼편 아래에 조그맣게 “허씨종사복원효과도(許氏宗祠復原效果圖)”라고 써 있었다.
이 사당은 보내 휘저우 지역의 사당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청나라 말기에 태평천국의 난이 휘저우 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사당은 불에 탔고 지금까지 빈 터만 남게 되었다. 사당은 청나라 가경년간(嘉慶年間, 1796~1820)에 지은 것으로 처음 규모는 3진 7개칸이었다. 일곱 칸짜리 건물 세 채가 종축 상에 세 겹으로 겹쳐있는 것이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 빈 터 뒤쪽으로 남은 건물은 그 마지막 위패를 모시던 건물로 짐작되었다.
허씨종사(許氏宗祠)는 문중 전체를 대표하는 사당이고 그 아래 세 개의 지사(支祠)가 있다. 지사는 마을 안에 있는데 상의당(尙義堂) 계선당(繼善堂) 준혜당(駿惠堂)인데 탕모 마을 사람들 사이에 “가죽구두 신고 고관 모자를 쓴 상의당(穿靴戴???堂)，거들먹거리는 계선당(?????善堂)，짚신과 삼베신 신은 준혜당(草鞋麻履?惠堂)”이라는 말이 전하고 있다. 이는 세 사당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나타낸 말로 상의당의 지위가 가장 높고 계선당이 그 다음이며 준혜당이 가장 낮은 것을 비유한다. 곧 상의당은 고위관직을 지낸 소위 관사(官祠)로서 세 사당 중 가장 지위가 높았으며 계선당은 상인의 사당으로 돈 많은 사람의 거들먹 거림을 나타냈고 준혜당은 돈도 없고 관직도 없는 보통 백성의 사당으로 가장 지위가 낮았던 것이다. 높은 관직을 중시한 상의당은 엄숙 경건하며 장중하고 위엄을 살려 지었고, 계선당은 돈 많은 상인으로 고관 대작 부럽지 않은 위세를 나타내도록 규모를 크게하고 높고 당당하게 지었다. 또 준혜당은 농업을 위주로 한 일반 백성들의 것이므로 거칠고 단순 소박하게 지었다고 한다. 이로써 사당에도 계층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또 한국과는 달리 일반 백성도 사당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천사백년 역사의 살아있는 증인 은행나무]
허씨종사를 지나면 탄간시 개울 물에 멀리 마을이 비친다. 탄간시 양쪽은 석축으로 되어 있고 석축에 계단을 만들어 물가에 내려와 채소를 씻거나 빨래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물 가 판석길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하천 양쪽으로 고풍스런 집들이 도열해 있는데 그 뒤쪽으로 나무 숲에 가려진 아름다운 돌다리 하나가 물길을 막고 있었다. 탄간시 물길을 따라 조성된 탕모 마을의 거리를 탕모 수가(水街)라고 한다. 돌다리는 다리 위로 누각이 얹혀 있고 아래로는 두 개의 커다란 아치형 돌 문이 위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폭포처럼 내려 쏟고 있었다. 다리 중간에 고양교(高陽橋)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고양교 못 미쳐 개울을 왼쪽으로 건너니 흰 벽에 영천세택(潁川世澤)이라 쓴 아치형 문이 나왔다. 문 옆으로는 길안내 표지판이 있었는데 골목 안으로 화살표를 하고 천년은행(千年銀杏)이라 써 있었고 문 밑에는 태산석감당(泰山石敢當)이라 새긴 돌이 끼워져 있었다. ‘태산석감당’은 악귀나 나쁜 기운을 ?는 벽사적 의미를 지닌 중국 민간신앙으로 어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골목안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뜻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양교를 향하던 발길을 골목 안으로 틀었다. 골목안으로 들어가니 청대 이전의 고가옥들이 많이 보였는데 마을 북쪽의 주거지역을 이루고 있었다. 오랜 우물과 연못도 보이고 마두장(馬頭墻)을 인 고색창연한 지붕들이 퇴색된 옛 사진처럼 눈에 들어왔다. 골목을 빙 돌아 다시 고양교 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거대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길 한쪽으로 서있는 것이 보였다.
은행나무는 중국에서 자손나무라고 부를 만큼 후손의 번성을 상징하며 중국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근대 중국의 대 학자 궈머루어(곽말약,郭沫若)는 은행을 “동방의 성자”로 부르기도 했다. 탕모 마을의 이 은행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처음 이곳에 터를 잡은 당나라 초기인 623년 가문의 상징으로 심은 것이라 하니 근 천사백년 동안 마을의 흥망성쇠를 보아온 것이다. 나무는 아직도 청년같은 모습으로 천 수백년의 나이를 뽐내고 있는데 실은 십여년 뿌리로 수분을 빨아들이지 못해 말라 죽게 된 것을 특수한 치료법으로 이처럼 싱싱하게 살아났다고 한다. 1994년 4월 황산시 임업과학연구소 의 자오더밍(조덕명,趙德銘)과 함께 이 은행나무를 찾은 베이징원림국(北京園林局)의 전문가인 총셩(총생,叢生) 선생과 이 와서 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있음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 당시 환갑을 넘긴 노 전문가의 눈물에 감동한 탕모 마을 사람들은 관련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나무를 살리기로 하였다. 그들은 자오더밍의 기술지도를 받아 나무 옆에 작은 은행나무 세 그루를 심고 그 나무의 줄기를 큰 나무 껍질 속에 삽입하여 네 나무를 한나무처럼 만들었다. 이로서 수분이 작은 나무를 통하여 큰 나무로 투여되어 나무는 다시 영양을 공급받아 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세 작은 나무도 잘 살아났고 큰 고목도 다시 살아났다. 특히 남쪽 가지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와 이전과 같은 짙은 그늘을 마을 사람들에게 제공해주고 가을이면 풍성한 열매를 수확하게 해주고 있다.
[관음보살이 사라진 옛 다리 고양교]
골목을 빠져나와 고양교로 돌아왔다. 어느 마을의 어떤 다리도 다 제각각 멋이 있고 풍류가 느껴지지만 고양교는 그 어떤 다리 보다도 멋스러웠다. 고양교는 탕모 수가(水街)의 열 개의 다리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다리라 할 수 있다. 고양교라는 이름은 탕모에 들어온 쉬씨(許氏)들의 원 고향이 허난성(하남성,河南省) 까오양군(고양군,高陽郡)인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즉 고양교라는 이름은 자신들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붙인 것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관음교라고도 하는데 옛날 다리 안에 관음보살을 모시고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휘저우 지역의 대부분의 마을은 관음보살을 모시고 있는데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가거나 또는 마을 중심에 마을을 대표하는 다리가 있는 경우 대체로 다리 위에 보살을 모시고 있다. 이는 보살을 모시기 위한 사당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잇점이 있을 뿐 아니라 관음보살이 물과 관련있는 점과 연관지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셔현(흡현,?縣)의 지방지인 흡현지(?縣志)에는 쉬커윈(허극운,許克雲)이라는 사람이 다리를 놓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다리 오른 쪽에 붙어 있는 마을 문 위에는 “비홍(飛虹)”이라고 새겨져 있고 “옹정 계축년(1733) 팔월 보름, 마을사람 쉬시링(허석령,許錫齡)이 쓰다”라고 되어 있어서 다리는 늦어도 옹정년간에 세워졌음을 알 수 있다. 다리의 아치형 수문 중간에는 고양교(高陽橋)라는 다리 이름과 함께 “대청(大淸) 가경(嘉慶) 17년(1812) 11월 길일에 만들다”라고 새겼는데 1812년에 보수하고 새긴 것이다. 다리 위의 건물은 지금 관음보살은 없고 차를 마시는 찻집으로 변했다. 마을의 관광개발이 마을 사람들의 신앙까지 없애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고양교에서 탄간시 상류 쪽 마을 풍경을 보면 이 마을이 왜 수구원림제일촌으로 꼽히는지 느낄 수 있다. 고양교를 중심으로 탄간시 상류와 하류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하류쪽은 지면의 경사가 비교적 급해서 중간 중간 석축으로 단을 만들어 물이 석축 밑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어 변화가 많다. 반면 상류 쪽으로는 지면이 거의 수평에 가까워 물이 거의 고여 있듯이 천천히 흐른다. 그래서 넓고 길게 뻗은 물길에 양쪽의 전통 가옥들이 거꾸로 비쳐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준다. 고양교는 마을 아래쪽에서 마을로 들어오면서 본 경관의 대반전을 일으키는 정점에 있는 것이다.
고양교에서 바라본 물길 상류의 오른쪽으로는 상점이 연이어 있어 상가를 형성하고 있는데 길 위로 지붕을 덮고 물 쪽으로 난간을 세우고 미인고(美人? ,기대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를 설치하였다. 백여미터에 이르는 긴 낭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가게집 아주머니들이 모여 수다도 떨 수 있어 탕모 마을의 사랑방같은 곳이다. 그 끝에는 사당이 있는데 허씨종사의 밑에 있는 세 사당 중에서 가장 높은 서열에 드는 상의당(尙義堂)이다. 상의당은 지금 사당으로서의 기능보다 전통극의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사당의 대문 위에 걸린 인방을 보면 그 큰 규모와 정교한 조각이 이 사당이 얼마나 웅장하였는가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수가의 북쪽으로 뚫린 좁은 골목을 들어서면 탕모 마을의 주택가로 들어서게 된다. 이곳은 고양교에 이르기 전에 들렸던 남쪽 마을과 달리 고관 대작들이 살던 마을인 듯 크고 규모있는 옛 가옥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그 중 안내판이 붙은 한 집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쉬청야오(허승요,許承堯 18784~1946)라는 유명한 학자의 집이었다. 쉬청야오는 이 마을 출신의 저명한 교육가이며 서예가이고 시인이고 또 지방지학자였다. 그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전문적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는 1904년 진사에 합격하였고 한림원 서길사(庶吉士,한림원의 관직명, 진사 가운데서 문학에 뛰어난 사람을 뽑아 임명함)에 제수되었다. 그는 중국 최후의 한림 중 하나이며 신안여자중학 등 근대학교를 세워 안휘성의 선구적 교육가가 되었다. 이 집은 쉬청야오가 귀향하여 살던 집으로 지금 옛 모습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대청에 해당하는 청당(廳堂)이 관람객들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맞은 편 벽에는 선생의 사진과 함께 선생이 쓴 글씨의 족자들이 걸려 있어 선생의 살았을 때 풍모를 일부나마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유려한 서예 작품들을 보니 그가 중국 근대 회화의 대가 황빈홍(황빈홍,黃賓虹)과 동문수학한 친구사이라는 것이 새삼 떠올랐다.
사람하나 겨우 지날만한 골목은 얼기설기 얽혀서 마을은 꽤나 넓게 퍼져있는 듯 했다. 구멍이 셋 뚫린 삼원정 우물이나 청석의 석판이 깔린 구불구불한 골목길들을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어느새 마을 밖으로 나와 있었다. 마을은 들어오는 곳에서 나가는 곳까지 질서정연하게 설계된 듯하고 마을 중심을 꿰뚫고 지나가는 탄간시 물길이 천 수백년 역사를 지내온 인문적 풍요를 더해준 듯 하다. 탕모를 보지 않고 휘저우의 마을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 마을을 떠나면서 실감이 났다. (글/임세권_안동대 교수_http://www.andongji.com/andong/viewandong/content.asp?Jour_Num=1188&cat1_id=86&cat2_id=1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