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 기송, 운해, 온천 등으로 이름이 자자한 황산(黃山) 남쪽으로 신안강이 흐르는데, 일대에는 명·청 시대 지어진 남방 특유의 민가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민속마을이 여럿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안휘성 점이현에 속한 이곳에서 굉촌(宏村: 훈춘)과 서체(西遞: 시디) 그리고 남병(南屛: 난핑)이 특히 유명하다. 차가 들고나는 한쪽 면을 제외하고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남병은 장예모(張藝謀) 감독이 영화 ‘국두(菊豆)’를 찍은 곳이다. 작은 농촌마을이라 너무도 조용하다. 찾는 이도 많지 않아서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엽씨지사(葉氏支祠)’란 편액이 걸린 서질당(秩堂)은 ‘지사’라는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사당이다. 가문의 번성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문은 크고 내부는 넓다. 목조 3칸 크기에다 지붕도 높다. 용마루는 직선을 그리나 그 양쪽 끝에는 용의 꼬리 같은 것이 올려져 있다. 천장 또한 높다. 아무튼 보통 집이 아니다. 하긴 200년이나 된 집인데... 하지만 내부는 온통 나무로 되어 있어 포근한 느낌을 준다. 한쪽 벽면에는 ‘국두’의 여러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붙어 있다. ‘국두’에서 서질당은 비인간적인 남편으로부터 고통받던 국두가 도피처로서 조카와 불륜을 저지른 곳이자, 일상을 살아가는 노동의 현장으로 묘사됐다. ‘국두’에 나왔던 물통과 물레, 염색 도구들이 지금도 바닥에 그대로 놓여 있어 그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서질당은 ‘국두’뿐 아니라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는 중국 속담에 바탕을 둔 영화 ‘와호장룡’의 몇 장면을 찍었던 곳이기도 하여 서양 관광객들도 더러 찾곤 한다.